Blessing In Disguise

Apr 02, 2022
KoreanHoon
Blessing In Disguise
7:42
 

토요일 새벽 5시.

나는 말도 안 되는 고통에 눈이 떠졌다. 

왼 다리의 안쪽 복숭아뼈 아래가 지독하게 아팠다.

속으로 욕을 하며 시계를 본 나는 새벽 5시임을 깨닫고 다시 잠에 들기위해 노력했다.

조심스레 다리를 내려두고 잠에 빠졌지만 2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다시 일어났다.

도대체 왜 이렇게 다리가 아픈거지, 하고 잠결에 원인을 찾기 위해 생각에 빠졌다.

어제 2시간동안 걸어다니는 중에 발목을 삔것일까?

불타는 듯한 고통에 침대 위에 내려두지도 못하고 허공에 발을 든 채로 나는 과거를 찬찬히 돌아봤다.

도무지 다리를 삔 적도 없고, 무리를 한 적도 없었다.

아니 그리고 다리를 삔 것이면 특정 각도로 틀었을 때만 아파야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있는데도 아픈 것이 말이 되는가?

다리를 왼쪽으로 틀어도, 오른쪽으로 틀어도, 공중에 들어도, 침대에 내려도 고통이 지속됐다.

다리에 쥐가난 상태가 수시간째 지속됐다.

응급실에 가기위해 핸드폰을 들어 119를 치려고 했다.

도대체 왜 이런일이?

아마도 이틀전에 시작된 예감이 맞아떨어진 것일까.

그 주의 목요일.

목요일이 되고 나는 기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뭔가 큰 일이 하루이틀 안에 일어난다, 와 같은 묘한 예감이 나를 감쌌다.

그 일이 무엇일지 나는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무언가 일어난다는 사실만이 나를 강한 자각상태로 이끌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루함’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지루함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 신선한 감정이 나에게 예감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뭔가 큰 일이 하루이틀 안에 일어난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내 예감은 적중했다.

7시에 응급실에 가려고 했지만 너무 청승맞은 것 같아 9시에 여는 주말 병동에 가기위해 기다리기 시작했다.


(Swollen feet)

누워도 아프고, 벽에 기대도 아프고, 의자에 앉아도 아팠다.

의자에 앉아 나는 내 발에대고 심한 욕을 퍼부었다. 그러다 괜히 발이 기분이 나빠져 더 아파할까봐 발에대고 욕 하는 것은 그만두고 하늘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했다.

“왜! 왜! 왜!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데!”

9시가 되고 계단을 기어내려가 신발장까지 도착했다. 원래 혼자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서 친구들에게 한명씩 전화를 돌렸다. 

주말 아침 9시에는 아무도 일어나있는 친구가 없었고, 4번째로 전화한 마로가 비오는 주말 아침을 뚫고 찾아와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검사 결과는 이상했다.

골절도 없었으며 인대도 문제가 없었다. 단지 복숭아뼈 주변에 염증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통풍이 의심된다고 했다.

통풍?

바람만 불어도 아파 죽는다는 통풍.

우리 몸의 세포가 죽으면 퓨린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 퓨린이라는 물질은 요산을 만들어낸다.

정상적으로 사람들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요산을 배출하는데, 특정한 이유로 신장이 요산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하거나, 너무 많은 요산이 생성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과학시간에 설탕을 물에 녹여본 적이 있는지?

물에 녹던 설탕은 임계점을 넘어가면 녹지 않고 비커 바닥에 쌓인다.

이와 같이 요산도 일정 양을 넘어가면 혈액에 녹지 않고 쌓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녹지 않은 요산은 뾰족한 가시같은 모양의 결정을 형성하고, 이 결정은 관절에 쌓여 신경을 찌르기 시작한다.

수만개의 뾰족한 가시 모양의 결정들이 관절 주변의 신경을 찌르고, 이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픈 것이다.

그런데 통풍은 40~50대가 걸리는 병이 아닌가?

나는 만으로 27살인데 도대체 통풍이 무슨 말인가?

나는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통풍으로 의심되는 병에 걸려 아파해야 한단 말인가?

물리치료실에 누워 진동치료를 받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일정한 리듬으로 복숭아뼈 안쪽을 자극하는 진동기계의 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통풍은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축복들 중 한 가지일 수가 있겠구나.

나는 오히려 감사해야할지도 모르겠구나.

하늘이 내게 큰 선물을 주었구나.

이틀 전부터 찾아왔던 예감이 바로 이 일을 두고 왔던 것이구나.

이유는 이렇다.

통풍 환자는 절대적으로 술을 마시지 말아야한다.

그 말은 즉은, 나도 이제 앞으로 평생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 시절 27일 연속으로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을 때 까지 마시고, 일주일에 적어도 두번은 꼭 술을 마셨던 내가 드디어 술을 끊을 수 있는 날이 온 것이다.

사실 나는 몇년 전 부터 내심 술을 끊고 싶었다.

다음날 속 아프고, 판단을 흐리고, 몸과 시간을 죽였던 술을 나는 끊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다할 계기가 없이 시간이 흘렀지만 드디어 단칼로 자르듯 술을 끊어야 할 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4일 뒤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은 혈액검사 결과를 알려주셨다.

혈중 요산의 정상 범위는 7mg/dL이지만 내 혈중 요산은 8.6mg/dL로 통풍을 진단내리셨다.

그리고 앞으로 평생 복용해야하는 만성통풍약을 처방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통풍환자로 살아가게 되었다.

누군가는 젊은 나이에 통풍에 걸려 어떡하냐, 앞으로 술을 못 마셔서 어떡하냐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저는 만 27살의 나이에 통풍에 걸렸고 그 덕분에 누구보다 건강하게 남은 여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술로 문제를 겪을 일도 없게 되었죠. 통풍은 저에게 축복입니다. 고통이 만들어준 삶의 규범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2022년 4월 2일 토요일 오후 6시.

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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